[인터뷰②]이달, '무명'이라 불리던 시간들에 대해

최종수정2021.05.04 09:10 기사입력2021.05.04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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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드라마에서 단역 거쳐 온 이달
"'굿 윌 헌팅' 보며 큰 감명"
"'빈센조'는 나에게 위로를 준 작품"

[뉴스컬처 권수빈 기자] 포털 사이트의 프로필에는 몇 작품만이 기재돼 있지만 2016년 방송된 tvN 드라마 '시그널' 이후에 출연한 드라마만 해도 1년에 12편씩 된다. 여러 드라마들 속의 중요 사건 속에서 결정적 역할을 했던 그 인물들, "아 그 사람?"이라고 반응할 다수의 인물이 바로 이달이다.


2009년 극단에 들어가면서 연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첫 상업영화였던 2011년 '체포왕' 이후 수많은 작품에서 얼굴을 비췄다. 그 첫 시작이 궁금해 묻자 가정사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어릴 때 집이 잘 살기도 하고, 망하기도 하고 편차가 컸다. 부유하게 살다가 망했을 때는 받아들이지 못했다"는 말을 건넸다.


[인터뷰②]이달, '무명'이라 불리던 시간들에 대해

마음이 심란했던 청소년기 그에게 유일한 낙은 비디오테이프를 빌려서 영화를 보는 것이었다. 힘든 상황에 처한 주인공이 결국에는 이겨내고 성공하고 해피엔딩을 맞는 걸 보면서 위로를 받았고, 그 상황에 몰입해 눈물을 흘렸다. "나도 저렇게 될 수 있겠지"라고 상상하면서 위안했다.


그러던 중 영화 '굿 윌 헌팅'을 만났다. 주인공 윌(맷 데이먼)은 수학천재이지만 MIT 공대의 청소부로 일하고 있다. 여자친구 스카일라(미니 드라이버)에게는 진짜 자신의 모습을 고백하지 못한다. 램보 교수(로빈 윌리엄스)를 스승으로 만나게 되면서 천재성을 발휘할 기회를 얻고, 상처를 보듬어 나간다. 이달은 "램보 교수가 '넌 아무 잘못 없다'라고 하는데 마치 나에게 말하는 것 같았다. 그 영화를 보고나서부터 나도 솔직해질 수 있었고, 있는 그대로 말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배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여러 가정 환경을 겪은 것이 오히려 저에게는 강점이 될 수 있겠구나 싶었고, 제가 정말 특별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다양한 경험이 연기에 잘 묻어나오지 않을까 싶어서 막연하게 연기를 시작했던 것 같아요. 지금 나이를 먹고 생각해보니 내 인생만 특별하다고 생각한 것이었지만요."


사진=tvN '빈센조' 캡처

사진=tvN '빈센조' 캡처


스물세 살, 스마트폰도 없던 그 시절 무작정 영화사를 찾아가서 오디션을 보게 해달라고 청했다. 그렇게 직접 찾아오는 배우가 드물었다. 그의 시도를 좋게 본 조감독들이 반겨주기도 하고, 결국은 '체포왕' 출연을 따냈다. 드라마 연기는 2013년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가 처음이었다. 조무철(김태우 분)를 칼로 찌른 남식이라는 역할이었다.


프로필 상에 적혀 있지도 않은 수많은 드라마들을 거쳐 '빈센조'에 전수남이라는 역할로 출연하기까지 10년이 걸렸다. 이달은 "남들은 오랜 무명 기간을 거쳤다고 하지만 그냥 그 시기가 있는 것 같다. 그때는 그 정도 수준이었기 때문에 그랬을 거다. 10년 동안 단역으로 부딪히면서 했다. 조금씩 롤이 생기고 역할이 생기다 보니 '빈센조'까지 왔다. 그래서 이제는 더 큰 역할이 와도 더 유연하게 할 수 있는 공력이 생긴 것 같다"고 했다.


'빈센조'에게 애정이 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어릴 때부터 배우를 하겠다는 마음을 먹었고 재능이 있다고 믿었으며 배우가 되리라는 의심조차 하지 않았던 그는 나이가 점점 들어가면서 드러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인정 받고자 하는 욕심에 젖어들었다. "왜 이렇게 인정 받으려고 발버둥 치고 있지? 무엇을 위해서? 어느 순간부터 평가 받는 게 부담스러웠다. 회의가 들어서 그만 할까 하는 찰나에 '빈센조'를 만났다"고 고백했다.


사진=tvN '빈센조' 캡처

사진=tvN '빈센조' 캡처


"김희원 감독님과의 첫 미팅 때가 오디션을 너무 힘들게 느낄 때였어요. 자존감도 떨어져 있었고요. 감독님이 저에게 오디션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소개팅한다고 생각하라 하셨죠. 마음에 안 들면 안 만나면 되고, 마음에 들면 애프터를 하면 된다고. 그렇게 미팅을 하고 기분이 너무 좋았어요. 그런데 두 번째 미팅을 하자는 거예요. 수남 역할에 3명 정도 후보군이 있었다는데, 그때는 이미 내려놓은 상태여서 '너무 발버둥치지 말자' 생각했는데 제가 된 거죠. '빈센조'가 저를 뜨겁게 만들어줬어요. '너 할 수 있어', '한 번 해봐'라고 위로해준 작품이에요."


그의 본명은 이강희다. '이달'이라는 예명은 밤하늘의 달을 보면서 그의 어머니가 지어준 이름이다. 내 아들이 밤하늘의 빛이 나는 달 같은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서. 달은 반사체로서 태양의 빛을 받았기에 빛날 수 있다. 혼자서는 빛날 수 없고 함께 해야 빛날 수 있다. 이달은 어머니의 바람처럼 되려한다. 그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 영화 '굿 윌 헌팅' 속의 윌 같은 배역을 만날 때까지.


사진=비스터스



권수빈 기자 ppbn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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