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무브 투 헤븐' 보이지 않아도 기억한다면

최종수정2021.05.19 09:34 기사입력2021.05.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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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무브 투 헤븐'
이제훈·탕준상 주연
천국으로의 마지막 이사
고독사·스토킹·산업재해 다뤄

[뉴스컬처 이이슬 기자] "보이지 않는다고 곁에 없는 건 아니야. 기억한다면 사라지지 않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무브 투 헤븐'이 남다른 사연을 지닌 두 유품정리사를 통해 세상을 떠난 후 남겨진 것들에 관해 이야기한다. 고독사, 산업 재해 등 현실에 굳게 발붙인 사회 문제를 바라본다. 생존을 위해 불법 격투장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던 형과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는 지닌 동생이 세상을 떠난 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천국으로 향하는 마지막 이사가 시작된다.


한정우(지진희 분)는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아들 한그루(탕준상 분)와 함께 유품정리업체 무브 투 헤븐을 운영한다. 어질고 따뜻한 성품을 지닌 정우는 아들과 함께 유품정리사로 일하며 세상을 떠난 고인의 마지막 이사를 시작한다. 정우는 늘 그루에게 말한다. 돌아가신 분들도 말을 할 수 있다고. 정우의 사랑 속에서 그루는 세상을 배우고 의지한다. 그러던 어느 날, 한정우가 세상을 떠나고 그루는 큰 슬픔에 빠진다.


[영화리뷰]'무브 투 헤븐' 보이지 않아도 기억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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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에서 막 출소한 조상구(이제훈 분)는 변호사로부터 형 정우의 유언을 듣게 된다. 형의 유산을 얻기 위해서는 그루의 후견인이 되어야 한다는 것. 그는 정식 후견인이 되기 위해 3개월 동안 그루와 함께 무브 투 헤븐 운영에 나선다. 상구는 "죽은 사람이 어떻게 말을 하냐"며 유품정리일에 대한 비뚤어진 생각을 그대로 드러내면서도 유산 상속을 받기 위해 유품정리사가 되기로 한다.


상구는 불법 격투장에서 맨몸으로 부딪히는 인물이다. 홀로 남겨진 채 세상을 떠돌며 살아가다 뜻하지 않은 사건을 겪게 되고 그로 인해 또 다른 삶의 목표가 생긴다. 상구는 그루의 순수한 진심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며 변화한다. 각자의 세계에 갇혀 있던 두 사람은 어느새 따뜻한 진심을 느끼고 가족으로 성장해간다.


주인이 떠난 방. 그루는 텅 빈 곳에 남겨진 고인의 물건에 담긴 사연을 자신만의 규칙적인 세계를 통해 읽어간다. 눈 감기 전까지 사용했던 물건들, 누군가를 위해 존재했던 통장, 편의점에서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구입한 삼각김밥 영수증 등 그들의 삶이 담긴 유품을 통해 생전 고인이 느꼈을 외로움, 아픔, 설움 등을 조명한다.


산업재해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청년, 자식을 생각하며 살아가다 고독사한 노인, 모친의 죽음에도 돈을 먼저 바라보는 자식, 해외 입양 문제, 스토킹에 시달리다 억울하게 살해당한 여성 등 죽음에 얽힌 사연을 통해 사회 문제를 조명한다.


'무브 투 헤븐'의 미덕은 따뜻한 시선을 통해 전하는 위로에 있다. 장애를 지닌 형제의 서사는 클리셰처럼 다가온다. 영화 '레인맨', '그것만이 내 세상' 등 나열하지 않아도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다수 작품 속 설정과 유사한 구조를 차용했다. 구태여 '비슷하다'고 평하기보다 그저 클리셰 쯤으로 이해하고 볼 만한 수준이다. 일부 장면에서 '굿 닥터'를 떠오르게 하는 특수효과도 눈에 띈다. 연출적인 측면에서는 크게 차별되는 바 없지만, 자극적 설정이 난무하는 MSG에 길든 시장에서 슴슴하고 담백하게 전하는 위로가 지닌 미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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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연출은 아쉽다. 상구와 그루가 지닌 아픔과 이를 극복하고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연출적으로 얼마나 설득력 있게 그렸는지 차치하고, 배우들의 호연에 관해 말하고 싶다.


'무브 투 헤븐'은 이제훈의 도전이 빛나는 작품이다. 그는 불법 격투기 선수를 연기하기 위해 실제 복싱을 배우고, 체격을 키우는 등 부단한 노력으로 실감 나는 비주얼을 완성했다. 마치 투견처럼 세상을 향한 냉소와 돈을 향한 욕망을 드러내는 눈빛도 인상적이다. 캐릭터만 놓고 보면 새로운 인물이라 규정 짓기엔 무리가 따르지만, 상구는 분명 이제훈의 새로운 얼굴이자 재발견이라는 의미를 부여해도 좋을 만하다.


탕준상은 후반부로 갈수록 점차 그루와 일체 되어가는 모습이다. 해석하기 어려운 배역인데도 고민을 거듭하며 제 몫을 다했다. 5월 14일 공개됐다.



사진=넷플릭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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