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안영수 대표가 끌고, 신동은 이사가 밀고…공연 제작사 '랑'

[인터뷰]안영수 대표가 끌고, 신동은 이사가 밀고…공연 제작사 '랑'

최종수정2021.07.20 10:06 기사입력2021.07.20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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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제작사 '랑' 안영수 대표·신동은 이사 인터뷰
유튜브 '혜화로운 공연생활', 공연문화쉼터 '담소' 등 통해 대학로 공연 문화 활성화
"관객 친화적 마케팅? 좋은 작품이 가장 중요"
"대학로 방문하는 관객에게 좋은 추억 심어줄 수 있길"

[뉴스컬처 이솔희 기자] '난쟁이들', '이블데드'부터 '데스트랩',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까지. 개성 넘치는 작품성과 톡톡 튀는 마케팅으로 관객의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는 작품들의 공통점이 있으니, 바로 공연제작사 '랑'의 손길을 거쳐 갔다는 것이다.


공연을 향한 관심도를 절로 높이는 유쾌한 마케팅과 관객 친화적인 면모로 연극·뮤지컬 관객의 호감을 사고 있는 '랑'의 얼굴은 단연 안영수 대표다. 유튜브 채널 '혜화로운 공연생활'을 진행하고, 각종 행사의 MC를 맡는 등 대외적인 활동에 직접 나서면서 관객 사이에서 '랑댚'(랑 대표)이라는 애칭까지 얻었을 정도다.


그러나 사실 '랑'은 안영수 대표 이사, 신동은 기획 이사가 공동으로 이끌어가는 구조다. 언제 처음 만났는지 기억도 안 날 정도로 오래된, 그리고 막역한 사이인 두 사람이 '랑'을 설립하고 한 회사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지 어느덧 11년째다.


안영수 대표가 마케팅 전반을 담당하면, 신동은 이사가 제작·기획 전반을 담당한다. '랑'이 제작을 맡은 작품의 프로듀서 자리에 신동은 이사의 이름이 올라가는 것도 그 이유다.


2011년 '광화문연가'를 시작으로 다수 작품의 제작·마케팅 대행을 맡아오던 '랑'은 2018년 '풍월주'를 통해 공연 제작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후 코로나19로 인해 공연계가 침체된 지난 약 2년간의 시간에도 '데스트랩', '시데레우스' 등 꾸준하게 작품을 선보이며 공연 제작사로서 입지를 다졌다.


코로나19에도…'랑'은 멈추지 않는다
[인터뷰]안영수 대표가 끌고, 신동은 이사가 밀고…공연 제작사 '랑'


코로나19와 함께한 지난 1년 6개월의 시간. 자연스레 공연계가 침체되고, 하루가 멀다 하고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해왔지만 '랑'은 공연을 멈추지 않았다. 신동은 이사는 "매일 무언가를 결정해야 했다. 공연을 할까 말까, 티켓 오픈은 어떻게 해야 할까 같은. 계속 결정을 해야 하니 가슴이 너무 답답했다. 그러면서 '동업을 하고 있어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고민을 같이 얘기하고 나눌 수 있으니까"라고 편하게 웃었다.


이어 "지난 일 년 반 동안 공연을 하나도 취소하지 않았다. 사실 손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공연을 쉬어갔어야 했다. 그런데 모든 배우와 스태프가 불안해하는 상황이지 않나. 관객분들도 공연이 멈추지 않길 바라는 분들이 많았다. 이성적으로는 공연을 멈췄어야 했지만 '일단 버텨보자'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렇게 일 년 반을 다행히 잘 버텼다"고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원래는 제가 이성적이고 안영수 대표가 감성적인 편인데, 그렇게 제가 감성적으로 변하면 안대표가 냉정해져요. 안대표가 버텨보자, 가보자는 결정을 단호하게 내려주고, 결정을 내린 후에는 뒤를 돌아보지 않아서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신동은 이사)


안영수 대표는 지난해를 "공연일을 하면서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쉬어본 유일한 한 해"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 사람들이 여유가 있고 즐거울 때 잘 되는 일이다 보니 사회적인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는 걸 깊게 생각한 한 해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사업적인 측면에서도 조금 더 확장해서, 적극적으로 생각하게 된 시기였다. '혜화로운 공연생활'을 이어가고, '담소'를 만든 것처럼 다방면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시장을 더 키울 수 있는 활로를 만들어야겠다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인터뷰]안영수 대표가 끌고, 신동은 이사가 밀고…공연 제작사 '랑'


어려운 시기에 객석을 찾아주는 관객을 향한 고마움도 깊어졌다. 신동은 이사는 "관객을 비롯해 배우, 스태프 모두에게 전우애가 느껴졌다. 하나의 적을 두고 힘을 합해 싸우는 느낌이었다. 지난 시간 동안 관객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공연이 멈추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누구보다 방역에 힘쓰고, 공연장 근처에서 물도 마시지 않는 분들을 보면서 정말 큰 힘이 됐다. '뭐라도 보답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서 공연 영상 한 편이라도 더 찍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그 어떤 공연 제작사보다 관객과 가까이서 소통하고 있지만, 결국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잊지 않는다. 항상 톡톡 튀는 마케팅으로 직접 관객과 만나는 안영수 대표는 "관객분들이 열린 마음으로 봐주셔서 감사하다"며 "선을 지키는 것을 항상 고민하고 있고, 관객분들에게 지나친 장난으로 보이지 않기 위해 주의한다. 그러려면 공연의 퀄리티가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다"고 이야기했다.


"관객의 성향을 파악했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잘못된 선택을 하게 돼요. '관객이 이걸 좋아할 거야'라는 생각을 하기 전에 공연을 만드는 사람들이 공연 자체를 잘 만드는 게 중요하죠."(안영수 대표)


새로운 소통·홍보의 장…'혜화로운 공연생활'
'혜화로운 공연생활' 방송 장면.

'혜화로운 공연생활' 방송 장면.



'랑'은 안영수 대표를 전면에 내세워 '혜화로운 공연생활'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이다. 연극·뮤지컬 관객과 더욱 가까이서 소통하고, 대학로 공연 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한 목표로 시작했다. 어느덧 1만 2천 명이 넘는 구독자를 모았다.


처음에는 대학로를 방문하는 관객에게 도움이 될 법한 정보들을 담은 콘텐츠에 중점을 뒀다면, 이제는 거기에서 더 나아가 대학로에서 공연되는 다양한 작품을 다채롭게 소개하는 쪽으로 방향성을 정립했다.


신동은 이사는 "대학로 작품들에 대해 어떤 방송이나 매체를 통해 길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없지 않나. 많은 공연이 골고루 잘 될 수 있게 홍보를 할 수 있는 장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고 '혜화로운 공연생활'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전했다.


'혜화로운 공연생활'을 향한 '랑'과 안영수 대표의 열정은 그 누구보다 뜨겁다. 공부 방송, 리뷰 방송 등 한 작품을 깊게 파고드는 콘텐츠를 진행하기도 하고, 관객을 모아 단체 관람을 진행하기도 한다. 마케팅을 맡았던 뮤지컬 '시라노' 공연 당시에는 배우를 게스트로 초대해가며 24시간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을 정도다.


안영수 대표는 "100명이 공연을 보면 100개의 리뷰가 존재해야 하는데, 어떤 공연이 한 가지 시선으로 규정되는 게 안타깝다"며 "관객이 공연 정보를 접할 수 있는 통로가 다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연을 다루는 다양한 콘텐츠가 생겼으면 좋겠다. 공연을 소비하는 사람들이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공간이 생기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이야기했다.


"저 같은 사람들이 조금 더 많이 나와서 다양한 종류의 작품이 다양하게 사랑받았으면 좋겠어요. 공연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이런 공연도 있고, 저런 공연도 있구나' 하고 알게 됐으면 좋겠고요. 그런 역할을 지금은 '혜화로운 공연생활'이 조금은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안영수 대표)


연극·뮤지컬 관객 만남의 장소…공연 문화쉼터 '담소'
공연 문화쉼터 '담소' 전경.

공연 문화쉼터 '담소' 전경.



대학로의 새로운 랜드마크인 공연 문화쉼터 '담소' 역시 신동은 이사의 아이디어를 주축으로, 다양한 이들의 의견이 쌓아 올려진 공간이다. '담소'는 '공연 이야기를 담은 공간'이라는 뜻으로, 플러스씨어터 2층의 비어있는 공간을 활용해 대학로를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곳을 탄생시켰다.


'공연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놀이터'가 되고자 하는 마음을 가득 담아, 신동은 이사가 직접 의자 하나, 테이블 하나를 배치하면서 공간을 꾸몄다. 공연 시작 전 간단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휴게 공간이 되어줌은 물론, 다양한 연극·뮤지컬의 MD 상품도 판매한다.


안영수 대표는 "처음에는 공연장에 로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다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관객분들이 대학로를 오갈 때 짐을 지하철역에 있는 물품 보관함에 보관하는 것 같으니 물품 보관함을 설치하자, 공연 끝나고 MD를 판매하지 않는 게 아까우니 판매해보자' 이렇게 하나씩 추가됐다. 코로나19가 심해지면서 공연 보기 전에 시간을 보낼 곳이 없는 상황도 있지 않았나. 그냥 관객분들이 잠깐 앉아있을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랐다"고 '담소'의 규모를 넓히게 된 계기를 전했다.


"앞으로 '담소'라는 공간이 어떻게 꾸려질지는 저희도 예상하지 못하지만, 공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한 번은 들려봐야 하는 성지 같은 공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공연 제작발표회를 하기도 하고, 공연 관람 전에 관객분들과 '싱어롱' 연습을 하기도 하고요. 공연 창작진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도 있는 공간이 되길 바라요."(안영수 대표)


'랑'이 나아갈 길
[인터뷰]안영수 대표가 끌고, 신동은 이사가 밀고…공연 제작사 '랑'


공연 경력만 20년이 넘어가는 두 사람이지만, 여전히 더 나은 방향을 향한 고민이 많다. 안영수 대표는 "마케팅은 타겟을 분석하는 게 중요한 작업 아닌가. 마니아층이 좋아하는 대학로 공연의 다수는 그 타겟을 너무 좁게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공연을 보는 관객에게만 맞는 마케팅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재관람 할인이 있으면 작품을 처음 보는 관객에게도 할인 혜택을 줘야 하는데 생각보다 많지 않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제작사나 마케팅 회사가 관객층을 좁히고 있는 것이다. 타겟을 파악했다고 생각해서 했던 작업들이 사실은 마니아 관객과 일반 관객의 갭 차이를 더욱 크게 한 것이다. 조금 더 많은 관객을 위한, 포괄적인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대학로 작품의 정보를 담은 뉴스레터, 마니아 관객의 별점이 담긴 공연 가이드 등을 예로 들었다.


또 안 대표는 "관객들이 공연을 보는 재미뿐만 아니라 공연 광고나 프로모션, 좌석 배치도, 상세 페이지 등에서도 추억이 될 만한 요소를 찾아가셨으면 좋겠다. 제가 대학로 처음 왔을 때 그런 재미를 느꼈었던 것처럼. 마케팅 과정을 통해 관객이 오랫동안 지닐 수 있는 추억을 만드는 작업을 꾸준히 하면 대학로 시장 자체가 좋아지지 않을까"라고 깊은 고민을 전했다.


"마음 같아서는 모든 공연장에서 공연 전에 안내 멘트를 했으면 좋겠어요. 이런 시국에 공연장에 와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단순히 녹음으로 틀어주는 게 아니라 정말 진심을 담아서 건네는 거죠. 공연장에서 얼마나 열심히 방역 수칙을 지켰고, 관객이 얼마나 노력했는지 얘기도 하고요. 그렇게 서로의 자긍심을 높였으면 좋겠어요. 모두가 예민한 시기지만, 관객분들이 얼마나 고생하고 있는지 저희가 인지하고 있다는 걸 아셨으면 좋겠습니다. 관객분들이 아니었으면 이렇게 버티지 못했을 테니까요."(안영수 대표)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 공연 장면. 사진=랑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 공연 장면. 사진=랑



신동은 이사의 목표는 "부끄럽지 않은 정도의 퀄리티를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작품을 올릴 때, 특히 초연 같은 경우는 더더욱 지금 이 작품에 가장 집중할 수 있는 배우들로 꾸린다. 그는 "처음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많은 대화와 연습이 작품의 퀄리티에 기여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작품을 선보일 때 중점을 두는 부분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어 "모두의 호흡이 작품을 잘 나오게 하는 원동력이다. 모든 배우가 이 작품에 온전히 열정을 쏟았을 때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걸 알려준 작품이 '난쟁이들'이었고, 이번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도 그랬다. 특히 '쿠로이'는 공연 전날까지 걱정이 많았던 작품인데 다행히 많은 사랑을 받았다. 많은 사람들이 치열하게 고민해서 만든 덕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미소 지었다.


관객의 뜨거운 사랑 덕분에 지난 3월 막을 내린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를 올해가 가기 전에 한 번 더 만나볼 수 있을 예정이다. 신 이사는 "배우들도 원했고 관객분들도 원했기 때문에 '풍월주' 이후 짧게라도 공연을 올릴 예정"이라고 전했다.


신동은 이사가 가장 중요시하는 가치는 '배려'다. 그는 "공연은 사람이 모여서 하는 것 아닌가. 내가 욕심을 부리면 누군가는 희생해야 한다. 배우든, 스태프든, 관객이든 조금 더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 있었으면 좋겠다. 공연장은 사람이 모이는 공간인 만큼 따뜻한 공간이기도 하다. 그런 '사람다움'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한 작품을 올릴 때 무엇보다도 각자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해요. 배우도, 스태프도 모두가 전문가잖아요. 저희는 어느 정도의 가이드 라인만 주고 그들이 원하는 걸 최대한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서로를 배려하고, 긍정적인 힘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신동은 이사)


사진=김태윤 기자



이솔희 기자 sh04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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